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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와 함께 1940년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3대 괴물 중 하나인 늑대인간을 리메이크 한 <울프맨> 은 1941년에 만들어진 조지 와그너의 <늑대인간> 을 기초로 한다. 이 고전 호러 무비는 당시에는 파격적인 기술력과 상징적인 이야기로 많은 팬들을 거느렸는데, 영화 속에서 주인공 탈보트가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합성기술은 이후에 만들어진 호러영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지금의 우리가 말하는 늑대인간의 전형을 만든 아이코닉 영화이기도 하다. 조 존스톤이 연출을 맡은 21세기 늑대인간은 원작의 고전적인 느낌은 그대로 가져온 채 주인공의 주변이야기와 시대적 배경이 바뀌면서 현대극에 맞게 각색된 점을 제외하곤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원작과는 달리 <울프맨> 은 1890년대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급진적인 산업혁명과 함께 기계론적인 합리주의가 만연했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집시와 늑대인간이라는 미신과 저주를 등장시켜 과학과 미신의 충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영화 속에 잠시나마 등장하는 잭 더 리퍼 연쇄살인사건을 늑대인간 사건과 함께 연계시키면서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과 이중성을 투영시키는데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울프맨> 은 다양한 고전 서사극의 현대적인 인용을 통해 늑대인간의 이야기를 신화 극으로 완성해 간다. 그리고 인간과 야수의 경계성을 한 남자의 복수극으로 환원시키면서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폭력과 이중성을 시대와 인물들간의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말하려고 한다. 하지만 <울프맨> 의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얼개의 형태로만 제시할뿐. 영화의 8할은 늑대인간이 되어버린 로렌스와 역시 늑대인간의 저주에 걸린 그의 아버지 존 경과의 대결과정을 그리고 있다. 앞부분에서 늑대인간의 저주에 걸린 자신과 아버지와 연관되어있는 자신의 가족 비극사에서 고뇌하는 로렌스의 모습이 중점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겉치레일 뿐. 영화는 현대의 기술력으로 복원된 늑대인간의 변신 과정과 늑대인간이 사람들을 해치면서 짐승처럼 날뛰는 장면에 주력한다.

시대적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인 만큼 당시의 고픙스런 건축 양식과 의상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미술은 보는 눈을 호사스럽게 한다. 특히 조명을 통한 음영 연출은 영화가 풍기는 스산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늑대인간의 모습 역시 지금까지 나온 늑대인간 영화들에 비해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수분장을 맡은 릭 베이커는 사실적인 늑대인간의 모습을 위해 실제 모형과 털을 CG 와 함께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정교하면서도 입체적인 질감의 늑대인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미 트랜스포머와 아바타 등으로 눈이 높아진 요즘의 관객들에게 영화 속에서 늑대인간이 변신하는 과정과 도시와 마을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장면들이 그저 평범하게 보여질지도 모른다.


<울프맨> 의 중반부부터는 주인공 로렌스와 그의 아버지인 존 과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서사극의 소재들을 변형한 흔적들을 엿볼수가 있는데, 영화속에 등장하는 로렌스와 존의 구도는 마치 햄릿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로렌스가 주연을 맡은 연극도 햄릿이며, 그는 이 연극으로 인해 유명세를 얻게 된다.) 시퀀스마다 크레인 숏이 등장하는 점과 오프닝 시퀀스와 엔딩 시퀀스가 묘하게 겹치는 부분들 또한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의 고전영화인 햄릿을 떠오르게 한다. <울프맨> 에서는 존이 여행을 하던 도중 괴소년에게 물린 이후로 늑대인간으로 변하게 되는 저주에 걸리게 된다. 영화 속에서는 이것을 미친늑대병이라고 한다. 로렌스가 늑대인간이 되는 계기 역시 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데, 이것은 과거 로렌스의 어머니에 관한 트라우마와 함께 겹치면서 묘한 연관성을 내비친다. 로렌스의 어머니에 대한 갈망과 그것이 다시 형의 약혼녀인 그웬으로 투영되는 장면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읽어낼 수 있다.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이 밝혀지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내면에 숨기고 지냈던 로렌스는 마침내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이기도 한 후반부에서 그의 분노가 터지게 된다. <울프맨> 은 저주와 탐욕으로 인해 타락한 귀족가문의 최후와 아버지와 아들의 숙명적인 대결을 후반부에 병치하면서 고전 서사극의 형식을 그대로 재구성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부분은 늑대가면을 뒤집어쓴 두 남자가 햄릿 연극을 하는 것과 같이 어색하고 매끄럽지 못한 느낌을 전달한다. 배우들의 연기에 비해 영화는 너무나도 밋밋하기만 하다.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전해지는 드라마의 진폭이 너무나도 얕으며 비극적인 결말을 나타내기엔 영화의 구성이 전체적으로 허술하다.

조 존스톤의 <울프맨> 은 원작의 전형을 고스란히 안고 있으나 다양한 코드의 서브 텍스트를 첨가하면서 원작에서 살짝 벗어난 흥미로운 형태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캐네스 브래너의 영화들처럼 서사의 변형을 보여주나 그것을 다루는 솜씨는 솔직히 기대 이하다. 각본의 단조로움 때문만이 아니다. 고전과 현대극 사이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면서 일관성 없는 이야기 전개를 나타낸다. 인물들간의 관계와 갈등구조 역시 미흡한 연출로 인해 깊이 있게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서사의 완성도는 떨어지게 되며, 뛰어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극 속에서 묻히는 안 좋은 상황을 보여준다. 거기다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 또한 작위적인 구성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호기심이 있게 지켜봤던 관객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호러 영화 팬들이라면 이번 영화에서 등장하는 고어 장면들에 꽤나 만족할지도 모른다. 피부가 찢겨지고 사지가 절단되면서 창자가 튀어나오는 장면들은 사실적으로 구현된 늑대인간의 역동적인 모습들과 함께 꽤나 그럴듯한 공포감을 전달해준다. 가볍게 즐길만한 공포영화로써는 만족스러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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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ipley